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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덧글 0 | 조회 706 | 2017-03-01 00:00:00
관리자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각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사소한 일로 터무니없이 동요하고 몸서리를 친다. 날씨가 흐리다고 괴로워하는 자는 비범한 지성을 갖춘 사람이다. 대체로 인류는 둔감해서 날씨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날씨는 항상 거기 있는 거니까. 인류는 비가 자기 머리에 떨어지지만 않으면 비를 느끼지도 못한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나른하고 축축하고 덥다. 사무실에 홀로 남아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오늘 날씨처럼 인생에서 나를 짓누르고 괴롭혔던 것들이 보인다. 아무 이유없이 행복한 아이였던 나, 야망에 찬 청소년이었던 나, 그리고 지금 행복도 야망도 없는 어른인 나를 본다. 모든 것은 내 인생을 떠올리게 하는 오늘 날씨 같은 흐릿함과 무기력 안에서 지나갔다.


우리 중 과연 누가, 돌아갈 수 없는 길을 돌이켜볼 때, 왔어야 했던 대로 제대로 왔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페르난누 페소아(불안의 책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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